Friendly Errors를 번역하시려는 분들께
염인화
무엇이 p5.js 에디터의 에러 시스템(Error System)을 “Friendly”하게 만들까요? 다시 말해, “Friendly”란 정확히 어떤 개념이며 어떠한 결과를 빚어낼 수 있을까요?
Friendly? 🤔 Friendly의 틈새들
우리말 국어사전에 따르면, “Friendly”는 “친구같은”, “친근한”, “친절한”이라는 3가지 뜻으로 번역될 수 있습니다. 각 뜻을 영어로 다시 바꾸어 보자면, “friend-like”, “intimate”, “kind” 등에 상응할 텐데요. 이처럼, “Friendly”의 3가지(또는 그 이상) 의미는 모두 사회적 관계망 속에서 구축되었다는 점에선 유사하지만, 맥락에 따라 서로 섬세하게 변별될 수 있는 지점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특히, “친구”, “친근”, “친절”이라는 개념의 기준이 사람마다 달리 해석된다는 점에서 그러합니다. 예컨대 필자의 경우, “친구”는 오래 알고 믿을 수 있는 사람을, “친근함”은 친하고 가까운 상태를, “친절함”은 정다운 태도로서 이해합니다. 그렇다면 이 "Friendly"라는 표현이 지금 막 번역을 시작하시려는 여러분에게는 어떤 의미로 다가오나요?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이 FES 번역을 시작하는 첫 걸음이 될 것입니다.
어떤 번역문이 ‘친절한’ 결과물일까요?
무엇이 “한국어로 번역되는” p5.js 에디터 에러 시스템(Error System)을 “Friendly”하게 만들까요? 가독성 높은 문장 구조로 이루어지면서, 에러 메시지 내용과 용어들에 대한 명확한 이해를 도와야 할 것입니다. 필요하다면, 더 자세한 설명이 동반될 수 있고요. 또, 한국어는 영어에 비해 존칭과 종결어미가 다양하고, 구어체이냐 문어체에 따라, 화자/필자와 청자/독자가 누구인지에 따라 그 표현도 달라집니다. 영어 원문의 “Friendly”함이 비-영어권 사용자에게 전달되도록 문화 번역까지 도맡아야하는, 비-영어권 FES 번역 기여자들은 더욱 골치를 앓게 되고요.
이에 대해 저희 FES 한글번역팀은 서로의 고민과 의견을 모아 보았습니다. 한국어와 영어 간에 놓인 스펙트럼에서 각각 다른 위치를 점유하고있지만, 동시에 한국어를 제1언어로 접하며 태어났다는 공통점을 지닌 필자들의 의견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한국어가 지닐 수 있는 ‘친절함’이란 어떤 형태일까?
- 감정을 상하지 않게 만드는 완곡어법 = ‘과정’에서 나타나는 친절함. 부드러운 전달을 해주어 상대를 배려하지만, 정확한 이해를 해치는 단점이 있습니다.
- 최대한 간결하게 상대의 고민을 해결하는 짧은 메시지 = ‘결과’상으로 나타나는 친절함. 상대의 시간낭비를 줄여 주는 ‘친절함’이 있지만, ‘정서’면에서는 무뚝뚝할(=불친절할) 수 있습니다.
필자들은 두 가지 모두가 ‘친절’의 서로 다른 양상일 수 있다는 점, 그리고 두 가지 중 어느 하나가 정답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점에 모두 동의했습니다. 번역자의 성향에 따라 다른 방향으로 ‘친절’이 표출될 수 있음을 인지하면서 가치평가에 대해서는 열어 두는 것이 FES가 보여줄 수 있는 또 다른 ‘친절함’이라는 의견에도 뜻을 같이하였습니다.
“친구-같은”, “친근한”, “친절한” 모두 나와 타자 및 사회와의 관계 맺기 속에서 구축되고 또 해체됩니다. 그러니, “Friendly”가 드러나는 양상 또한 지극히 개인적이고도 보편적인 경험들일 테고요. 때로는 평등한 관계 속에서, 때로는 위계 관계 속에서도 발생하고, “잘 보이려 함”일 수도 있고, “잘 베풂”의 문제일 수도 있습니다. 또, 나를 보호하거나, 상대를 보호하기 위한 수단이 될 수 있고요. 친절은 우리 모두에게 과잉한 것이자, 결핍된 것입니다.
어떤 사용자들을 위해 “friendly” 에러 메시지를 번역하고 싶나요?
위와 같은 이유로 사실 “friendly”함이 무엇인지, 그것의 사전 번역어에 지나지 않는 “친구-같은”, “친근한”, “친절한”이 정확히 무엇인지에 대해 정의내리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 생각됩니다. 친절이란 무수히 많은 형태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FES는 적어도 누군가에겐 이미 항상 “un-friendly”함이고, “친구-같지않고”, “친근하지-않고”, “친절하지-않음”의 가능성을 내포합니다. 마치, “friendly”함을 유지하기 위해 부정문의 사용을 줄이려다, 되려 전달 내용이 장황하고 난해해지는것과 같이요. 반대로, 제아무리 친절해-보이는 이모티콘으로 문장을 치장해도 스크린리더 사용자에게는 그것이 직접 피부에 스미는 화법으로 읽히지 않듯이 말이에요.
여러분들은 특히 어떤 사용자들을 위해 “friendly” 에러 메시지를 번역하고 싶나요? 또는, 누구에게 “friendly” 에러 메시지를 전송하고 싶은가요? p5.js FES의 경우, 메시지 수신자로서의 사용자들의 사전 지식이나 이해도가 상이합니다. 그만큼 “friendly”함의 정도를 상정하기 어렵습니다. 서구권발의 컴퓨터 프로그래밍 및 그래픽 전문 용어를 번역하는 것이 대표적인 골칫덩이 사례입니다. 통상적으로, 이러한 용어들은 영어 발음 그대로 음차 번역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용어가 지닌 본래 의미와 맥락 손실을 방지하고, 또 전지구 차원에서의 의사소통을 유지하기 위함이겠지요. 하지만, FES 번역 기여자 입장에서, 이러한 용어들의 외래어 음차 표현을 유지할지, 아니면 알기 쉽게 직역할 것인지의 여부를 결정하는 건 어렵습니다. 후자는 언어 보존 측면에서 중요하지만, 일반 용례로서의 외국어 표현에 이미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과도한 번역이 될 수 있습니다. 반면에, 음차 번역은 영어나 업계 용례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장벽이 될 수 있습니다.
또한, FES 한글번역팀 내부에서는 독자층의 숙련 정도에 따라 각자 기대하는 “friendly”한 안내 방법이 다를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예를 들자면, 진정한 초심자는 상냥하게 배우길 원하고, 잠시 어려움을 겪는 중급자는 요점을 탁 짚어주길 원하지는 않을까요? 내부에서 제시된 의견처럼, 번역 기여자로서의 우리는 FES 사용자마다 어떠한 유형의 “friendly”를 원할지 그저 ‘거칠게(rough)’ 추측할 뿐입니다.
그러니, "Friendly"란 프로그래밍 언어를 경험하는 사용자와 기계 사이의 상호작용 속에서 드러나는 틈새라고 할 수 있습니다. "Friendly"는 본질적으로 불완전하지만 완전하기를 바라는 시스템의 과잉이자 결핍처럼 존재합니다. “Friendly”의 (불)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어떤 이유에서 기존 p5.js 에디터 에러 시스템(링크)의 어떠한 지점이 이를 필요로 하게 되었을까요? GitHub 문서 “🌸 p5.js Friendly Error System (FES)” 와 2017년 FES 기여자 정앎의 인터뷰, 2020년 FES 기여자 Akshay Padte의 인터뷰에서 더 알아보세요.